갈 곳을 잃은 기분
요즘 나는 마치 정처 없이 떠도는 기분이다.
회사의 사업은 예상보다 한참 뒤처져 있고, 이제는 그냥 “실패”에 가까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매출 목표를 못 채우는 걸 걱정했는데, 지금은 서비스 자체가 존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이 서비스의 총책임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책임감 없이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건 또 아니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럼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었던 걸까?” 하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월급을 받고 생존했다는 사실만으로 나의 시간이 정당화되는 걸까?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사람들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회사가 잘 되든 말든, 내 월급만 나오면 된 거 아니야?”
그런 태도를 비난하고 싶진 않지만,
그게 나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는 걸 점점 더 실감한다.
나는 진심으로 이 서비스가 잘되길 바랐다.
그리고 함께 열심히 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저 사람들의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열심히 한다는 것
나는 환경에 상관없이, 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쪽이었다.
물론 다들 그렇게 사는 건 아니다.
“어차피 안 될 거니까 대충 하자”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뭔가 ‘터지는’ 성과는,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내 신념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어릴 적, 이민 와서 영어가 너무 어려워 수업을 제대로 못 따라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숙제나 과제를 늦게 낸 적이 없고, 그런 성실함 덕분에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영어가 어려웠다는 건…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이민 와서 더 나은 결과를 낸 친구들도 있었으니까.
결과가 기대만 못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체념과 인정도 배우며 성장해온 것 같다.
책임의 불균형
함께하는 과제에서는 늘 맡은 바를 충실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 번, 정말 너무 몰라서 아무것도 못한 적이 있었고, 그때 함께했던 동생에게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
조별과제 짤처럼, 현실에서도 비슷한 모습은 여전하다. 쉬운 부분만 맡거나, 아예 잠수 타려는 사람들. 엄마가 말하길, “열 명이 모이면 두세 명이 다 끌고 가는 법”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나는 그 ‘끌고 가는 역할’을 더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
왜냐하면,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이 결과를 함께 나눠먹으려 하는 모습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등의 딜레마
기회의 평등 vs 결과의 평등
결과의 평등은 더 ‘쉽고 안전한 길’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길에 동의하지 않는다.
회사에 인생을 걸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회사도 내 것이 아니니까.
다만, 시간은 있고, 체력도 있고, 애인도 만나고 가족도 챙기고 놀러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귀찮은 일은 나에게 슬쩍 넘기고, 결과는 똑같이 가져가려는 건 정말 못 참겠다.
이직? 전배? 아니면 그냥 체념?
아마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들은 결국 타협을 했거나, 퇴사했거나, 혹은 지금 나처럼 여전히 고민 중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생각한다.
이 고민의 해결책은 뭘까?
전배? 퇴사? 이직?
현재 회사를 기준으로 보자면, 2년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잘릴 걱정은 없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전배는 지금까지 두 번 했다. 입사 초기에 한 번, 그리고 최근에 한 번. 두 번 다 결과가 내가 원하던 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막막하다.
고민
이직도 고민하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결국 같은 일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게으른 사람, 책임 회피, 업무 떠넘기기…그렇다면 이건 구조적인 문제인가?
정말…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는 내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회사가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아이러니한 마음을 품고,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사람들은 흔히 “부탁”을 하면서 원하는 걸 얻는다.
나는 부탁을 잘 못한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먼저 남을 돕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이다.
그런 세상 말고, 다른 곳이 있을까?
가끔은 생각한다. 덜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는 곳, 그런 데가 정말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도 나는 묻는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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