粉雪、Springdale

똑바로 이어진 단지 한번 뿐인 긴 여행으로의 출발점

20250524

멀티블로그,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최근에 블로그를 세 개나 개설했다.

예전의 나는 이런 걸 꽤 잘 다뤘다. 웹표준이 지금처럼 복잡하지도 않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영역이 많았다. 프론트페이지, 나모 웹에디터, 제로보드. 무료 웹호스팅에 FTP로 파일 올리고, PHP 코드를 수정하고, mIRC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윈앰프로 라디오 방송도 하던 시절. 그땐 확실히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다른 애들은 그 시간에 공부를 했겠지. 하하.

요즘은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이 자동화되어서 직접 만질 일이 줄었다. 편하긴 한데, 어쩐지 내가 이걸 ‘만지고 있다’는 느낌은 줄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제는 이 블로그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아마도 나는 내 이야기를, 내 시간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온라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들처럼, 이번에도 어딘가에 내 마음과 닿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세상은 넓고, 나와 맞는 사람이 한둘쯤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회사 일은 바쁜 것 같지만, 사실 크게 바쁘진 않다. 남는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뭐라도 만들어보는 게 맞는 걸까. 이직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요즘 나는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아 그냥, 돈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방학동의 기억

어릴 때 살던 동네가 문득 떠올라 조금 찾아봤다.
내가 다녔던 신학초등학교는 가수 이승기와 샤이니 태민도 나온 학교라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괜히 정이 간다. 어린 시절을 공유한 공간이라는 건 그 자체로 연결감을 만든다.

유튜브에서 방학동 거리를 가끔 찾아보는데, 시간이 멈춘 듯 예전 모습 그대로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쯤에 그 동네를 떠났기 때문에 기억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유화유치원, 이계자 소아과, 월드 체육관, 동북초, 선덕고 같은 이름은 아직도 선명하다.
기억나는 친구 이름도 몇 있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했었다.

방학동은 요즘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저렴한 곳 중 하나라고 한다. 곧 재건축 예정이라고도 들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생긴 동네가 이제는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신기하고, 조금은 아쉽다.

그 시절엔 아빠가 방학동에서 역삼까지 출퇴근을 하셨다. 교통도 지금보단 훨씬 불편했을 텐데,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나는 여전히 아빠와 가까워지긴 어렵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그가 참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건 인정하게 된다.  내 삶이 이렇게 흘러온 게 조금 아쉬울 뿐이다.

종현

방학동을 떠올리다 → 신학초 → 태민 → 샤이니 → 종현.
이런 흐름으로 생각이 이어지다가, 세상을 떠난 종현이 문득 떠올랐다.

샤이니나 종현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기억은 남아 있다.
태민이 ‘태희혜교지현이’ 시트콤에 나왔던 것, SM 아이돌들이 실력이 좋다는 것, 그리고 연예계에서 유난히 많은 자살이 일어난다는 것. 예민하고 감수성 있는 사람들이 많은 업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종현의 영상 몇 개를 찾아봤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외부인이 상상하는 건 어쩌면 오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유서를 읽으며, 27살의 나 역시 겪었던 그 막막함이 떠올랐다.
혼자 감당하긴 너무 벅찬 무게들이 글 속에 있었다.

그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아팠다.
종현아, 수고 많았어. 그만하면 정말 잘했어. 누구도 상상 못할 많은 싸움을 해왔을 거야.

나 자신은 자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글을 빌려 말하자면,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안에서 고장 나 있었고,
우울은 천천히 나를 갉아먹다 결국 삼켜버렸다.”

그의 유서 속 언어들이 그렇다.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조언도, 그가 겪은 통증을 환희로 바꿔주진 못했다.
“왜 아픈지 말해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를 그가 설명해줬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운동

사실, 나도 요즘 우울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았다.
최근에 먼 곳에서 반가운 분들이 찾아와 잠시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만남엔 이별이 따른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이젠 이런 일도 그냥 하루 일과처럼 지나간다.
나이도 이만큼 먹었으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이건 내가 이번 주 운동 못 간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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